尹 만난 반기문 “국민들 한·미 동맹 당연시해선 안 돼”

입력 2022-03-18 17:27 수정 2022-03-18 17:55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악수하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리 국민들이 한‧미 동맹을 약간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다.”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 국민이) 한‧미 동맹을 당연시할 게 아니다”라며 “한‧미 동맹은 미국과 나토 동맹과는 또 다르다. (한국이 공격 받아도) 미국이 자동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스스로 안보와 국방을 튼튼하게 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나토는 (회원국) 29개국 중 어떤 나라가 공격을 받아도 자동 개입하게 돼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 대통령이 (전쟁 후) 60일 이후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이 없는 경우 60일 이내 해외 군사행동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미 전쟁법을 언급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미군의 개입)에 별로 걱정은 안하지만 (나토와는) 차이가 있다”며 “그런 걸 우리가 좀 잘 알고 한‧미 동맹 관계를 정확히 한 바탕에서 남북 관계와 중국과의 관계를 끌어나가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총장님도 옆에서 많이 조언해주시고 대한민국에 훌륭한 인적자산이 많지 않나. 모르는 것을 여쭤봐가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반 전 총장은 이후 1시간 가량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반 전 총장은 대화 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한‧일 간의 관계도 정상화해서 같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감성적으로 대하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과 기준 위에서 관계를 이끌어야 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그런 문제는 얼마든지 북한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탄소 중립, 지속 가능 발전 등을 강조했고 한국이 세계 경제 대국인만큼 대외 원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새 정부에서 역할을 부탁한 것은 없었다고 반 전 총장은 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