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격에 68세 미국 시민 사망…美 “전쟁 범죄”

입력 2022-03-18 15:15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숨진 미국인 제임스 휘트니 힐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 페이스북 캡처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미국인 한 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공격은 전쟁 범죄”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시민 한 명이 숨졌다는 것을 확인해 줄 수 있다”며 “더 자세한 내용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경찰은 이날 오전 러시아군 공격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 중에 미국인 한 명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인 사망자는 미네소타주(州) 출신의 1954년생 제임스 휘트니 힐인 것으로 전해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그의 누이는 페이스북에 힐의 사망 소식을 알리면서 “힐이 몇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빵을 얻으려고 줄을 서 있을 때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힐의 시신은 현지 경찰에 의해 길에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16일 빵을 얻으려고 줄을 서 있었던 사람 10명이 러시아군의 발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힐은 25년 간 유럽에서 대학 강사로 근무했고 대부분의 기간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폴란드 바르샤바의 여러 대학에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힐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 자신의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왔다.

힐은 러시아 침공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우리는 병원 3층에 있고, 대부분 환자들은 폭격을 피해 지하에 있다. 그런데 지하는 춥고 인터넷도 안된다”고 썼다.

나흘 뒤에는 “체르니히우에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무차별적인 폭격.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지만 포위된 상태다. 아무도 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다”고 전했다.

힐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무차별 폭격이라고 묘사하면서 러시아 군에 붙잡힐 경우 “나이가 들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한다”는 농담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힐의 페이스북에는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인 사망 소식을 전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간인을 고의로 겨냥하는 것은 전쟁범죄이며 러시아가 다른 것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