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나비효과’ 유럽, 미국산 무기 확보 군비 증강

입력 2022-03-18 09:40 수정 2022-03-18 10:09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미국산 '재블린(Javelin)' 대전차 미사일 운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비효과로 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무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은 국방비 증액 논의를 본격화 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미국산 무기 구매 목록을 들고 미 정부와 방산기업들에 접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떨친 미국산 무기에 주목하고 이들 무기를 수중에 넣으려 발 빠르게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구매 목록에는 드론, 미사일, 미사일 방어망 등이 포함됐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전쟁에 동원했던 대공 미사일 ‘스팅어’와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이 우선순위에 있다고 한다. 이들 무기는 휴대용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군이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일 때 요긴하게 쓰였다.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B. AP연합뉴스

실제로 독일은 미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의 F-35 제트기 35대를 사들이는 계약을 거의 마무리했다. 탄도미사일 방어망 구매도 타진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사정에 밝은 한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동유럽 국가도 군사력 증강 일환으로 미국산 무기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미국산 드론인 ‘리퍼’를 급히 구매하려 한다고 한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이번 전쟁으로 신냉전이 촉발된 가능성에 대비해 국방비 지출 증대에 나섰다. 독일은 앞으로 해마다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2%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이탈리아도 2024년까지 국방비를 GDP 2%까지 증액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지난해 독일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1.53%, 이탈리아는 1.37%였다.

유럽 내 미국산 무기 수요가 증가하자 미 정부는 일찌감치 전담팀을 꾸려 고객 응대에 나섰다. 미국산 무기를 외국에 판매하려면 미 당국 승인을 거쳐야 한다. 미 국방부는 ‘유럽 위기관리’라는 주제 아래 주간 회의를 신설해 유럽의 구매 요청을 검토 중이다.
16일(현지시간)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오른쪽)와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장관이 오슬로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에서의 미국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는 거리 두기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공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두 나라를 잇는 수소 파이프라인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가스와 석탄의 절반, 원유의 약 3분의 1을 러시아로부터 얻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말 가스와 원유 저장시설을 확충해 공급 차단으로 인한 위험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노르웨이 가스회사 에퀴노르는 여름까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노르웨이 가스 생산량은 1130억㎥에 달했다. 이는 EU와 영국 가스 소비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천연가스 생산을 14억㎥가량 늘리면 유럽 140만 가구의 한해 가스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