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당국 “러군 7000명 전사 추정…사기 크게 떨어져”

입력 2022-03-18 05:29
사망자를 옮기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3주도 안 돼 7000명 이상의 전사자를 낸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추산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열람하는 일일 정보보고에 담긴 이 숫자는 보수적인 집계라고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뉴스 보도, 우크라이나 측 발표(13만5000명), 러시아 측 발표(498명), 위성사진, 영상 등을 분석해 이 같은 추정치를 내놨다.

예를 들어 미 정보기관은 탱크 1대에 몇 명이 탑승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대전차 미사일에 맞아 불타는 러시아 탱크들의 영상을 보고 전사자 숫자를 추측할 수 있다.

불과 20일 만에 발생한 러시아군 전사자 7000명은 지난 20여 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각각 전사한 미군 숫자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단일 부대의 사상률이 10%에 이르면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로 판단하는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이러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병력이 총 15만명 이상이고, 이 중 1만4000∼2만1000명이 다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일반 사병뿐 아니라 러시아 장군도 최소 3명 이상 전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전날 4번째 러시아 장군이 전사했다고 발표했다.

무너진 아파트 앞 우크라이나 군인들. AFP연합뉴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의 사기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정보보고에는 러시아 병사들이 차량을 세워놓고 숲속으로 도망치고 있다는 사례가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를 담당했던 전직 국방부 고위 관리 에벌린 파카스는 NYT에 “이 정도의 병력 손실은 사기와 부대 결집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병사들이 왜 싸우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 더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자 러시아 정부는 최근 연방보안국(FSB)의 해외정보 책임자와 부책임자를 가택연금하고, 우크라이나 침공 전 엉터리 정보를 제공한 게 아니냐고 심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병력 피해는 대부분 육군에 국한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파카스는 밝혔다. 러시아는 육군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공군 투입을 늘려 민간인 주거지와 병원, 학교까지 공습하고 있다.

또 러시아군의 심각한 피해가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