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반성문’ 집단 반발… 채이배 “섭섭, 반성에 금기 없어야”

입력 2022-03-18 05:15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6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어려우면 대통령에게 반성문 쓰라고 하나.”(청와대 출신 의원 15명)
“용기 있게 얘기해야 더 반성하는 모습 보일 수 있다.”(채이배 비상대책위원)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사에 반성이 담겨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민주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5명은 17일 집단 성명을 내고 채 위원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채 위원은 “금기가 있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채 위원은 이날 오후 연합뉴스TV에 나와 “열다섯 분이 성명서까지 낸 걸 보면서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하시는 건 저도 좀 섭섭하다”며 “반성과 사과에는 특별한 금기가 없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는 당도 책임이 있고 또 정부도 책임이 있고 거기에는 대통령이나 또 후보나 모두가 책임을 조금씩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며 “그걸 조목조목 짚어주는 얘기를 해줘야, 용기 있게 얘기를 해야 더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게 당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향해 ‘분열을 일으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과정을 거쳐서 다시 하나가 돼야 제대로 된 당이 되어서 또 선거를 치러낼 수 있다”고 답했다.

채 위원은 이날도 민주당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80%에 이르는 국민적 지지를 얻고 시작했는데 (지지율이) 꾸준히 빠지고 내로남불, 독주 평가를 받으면서 계속 민주당이 기득권화됐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율이 55% 전후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서 민주당을 지지한 분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내에서 비대위 사퇴 요구가 나온 데 대해서는 “비대위원이 역할을 충분히 더 해야 한다”며 “주어진 역할을 더 잘하고 민주당이 쇄신해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평가받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채 위원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마지막 사과 기회를 놓쳤다”며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직언을 했다.

이에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5명은 이날 오전 공동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이다.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평가는 누군가를 내세워 방패막이 삼거나, 지난 시기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사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채 위원의 처신은 갈림길에 선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비상대책위원의 언사로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공동성명에는 고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의겸, 민형배, 박상혁, 윤건영, 윤영덕, 윤영찬, 이원택, 이장섭, 정태호, 진성준, 최강욱, 한병도 의원 등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