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판매 길 열렸다…정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입력 2022-03-17 22:28

완성차를 만드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게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현대자동차가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량을 중고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결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해 놨다.

심의위는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고차판매업은 서비스업 전체나 도‧소매업,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보다 소상공인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연평균 매출액이 크고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중기 적합업종 지정요건 가운데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완성차업계의 진출이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실태조사를 한 뒤 전문가・소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2019년 11월에 중고자동차판매업을 적합업종 부적합 의견을 제출 한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심의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자동차 시장에 진출했을 때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므로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지난 1월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었다. 이후 당사자들 간 조정 작업이 진행됐으나 끝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사업 개시, 인수, 확장이 제한돼 왔다. 2019년 2월 지정기한이 만료됐으나 중고차 업체들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을 정부에 요청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동반성장위는 같은 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추천하지 않으며 대기업 진출의 가능성이 열렸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는 지난 7일 현대차가 ‘구매 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상에 실패하며 정부가 나서게 됐고, 이날 최종 결론을 맺게 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미지정한 것은 그동안의 비정상 상황을 정상적으로 전환해주었다는 측면은 물론이고 향후 중고차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들은 ‘5년, 10만㎞ 이내’ 차량을 대상으로 한 인증 중고차 사업 추진, 단계적 시장 진출, 대상 이외 물량의 경매 등을 활용한 중고차 매매업계에 대한 공급, 중고차 판매원 대상 신기술과 고객 응대 교육 지원 등 상생안을 적극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