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 몇 번이나 전화를 돌려야 병원을 찾을 수 있을까.’ 경기도 한 소방본부 소속 구급대에서 일하는 A씨의 출근길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확진자 격리실이 있는 병원을 찾느라 수십 통의 전화와 씨름해야 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급대원 A씨의 하루를 취재했다.
지난 16일 오전 8시30분. 119안전센터로 출근한 A씨는 센터 인근 도로를 멍하니 응시했다. 응급차가 그대로 주차돼 있었다. 밀려드는 확진자 이송 요청에도 응급차가 주차돼 있다는 건 인근 응급실에 병상이 없어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A씨가 응급차 문을 열자 차 안에 현장교대를 기다리던 동료들이 환자와 함께 있었다. 밤새 한숨도 못 자 퀭한 얼굴로 전화기만 붙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과 교대한 A씨도 ‘전화 돌리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아니었지만 기침과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난 위급 환자 이송을 위해서였다. 그는 오전 내내 경기도 북부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증상이 있으면 받아줄 수 없다’는 답만 스무차례 반복됐다. 겨우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 한 곳에 자리가 나면서 A씨는 곧바로 환자를 이송했다.
오후에도 전화 돌리기는 반복됐다. 이번엔 위급한 확진자 이송이었다. 10곳 병원에서 “음압격리실이 없어요”라는 대답이 반복 재생을 한 것처럼 들려왔다. 구급차 안에서 대기하던 환자는 고열에 호흡곤란까지 호소하고 있었다.
A씨는 “불안해하는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전화기만 붙잡고 있는 모습만 보이고 있는데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A씨는 10여통의 통화 끝에 겨우 빈 격리실 한 곳을 찾아 확진자를 이송했다.
오후 5시. A씨는 다른 구급차에서 ‘5시간째 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무전을 통해 전달받았다. 다른 구급차에 있는 구급대원과 함께 또 다시 ‘반복 전화 문의’를 해야했다.
야간 상황에서는 긴장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다른 지역에서의 이송 문의 자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응급 환자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오전 1시30분 또 다시 위급 환자 신고가 들어왔다. 뇌출혈과 뇌경색이 의심되는 80대 환자였다. 오전 3시까지 이어지는 전화 문의에도 서울과 경기권의 모든 응급실은 ‘자리가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오전 3시30분쯤에야 강원도 영서지역의 한 병원에 자리가 났다. 센터에서는 1시간 넘는 거리였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다행히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경기도 한 병원에서 ‘환자를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강원도보다는 가까운 거리여서 바로 구급차를 돌려 오전 4시30분이 돼서야 환자를 이송할 수 있었다. 신고 접수 3시간 만이었다.
A씨는 17일 “‘환자 이송’보다 ‘병원 연락’이 업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의료체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토로했다.
전성필 성윤수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