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기의 노란색은 밀… 루티츠카야 “전 세계 식량바구니 위협”

입력 2022-03-17 18:07 수정 2022-03-21 19:26
우크라이나 식품안전및소비자보호를위한국가서비스 블라디슬라바 루티츠카야 책임자는 ‘우크라이나 국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란색은 밀’이라 말한 바 있다. 왓츠앱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식량 바구니 역할을 했다며 전쟁 종식을 요청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하는 한재성 선교사가 제공했다. 한 선교사는 현재 불가리아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돕고 있다. 한재성 선교사 제공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막시모 토레로 수석 경제분석가는 16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 취재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식량안보에 중대한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국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란색은 밀’이라 말한 우크라이나 식품안전및소비자보호를위한국가서비스(SSUFSCP) 블라디슬라바 루티츠카야 책임자(사진·44)는 FAO 전망이 나오기 전 이미 식량안보를 우려했다.

루티츠카야 책임자는 키이우투자그룹 이사, 우크라이나 농업정책및식품부 차관을 지내고 장관 고문으로 재직한 뒤 SSUFSCP를 이끌고 있다. 현재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빠져 나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의 25살 큰 아들과 고령의 부모는 키이우에 남아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왓츠앱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루티츠카야 책임자는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창지대’며 세계의 ‘식량바구니’”라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인 2월 24일(러시아 침공일) 이전까지 우리는 광대한 자연 자산, 개발된 농업 기반 시설 등으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국기도 이 같은 이유에서 해석되고 있다. 위쪽의 푸른 색은 하늘과 물, 아래쪽 노란 색은 밀을 의미한다. 그 정도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밀은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다. 보리와 옥수수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1위 밀 생산국인 러시아가 5위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애그플레이션(곡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식품안전및소비자보호를위한국가서비스(SSUFSCP) 블라디슬라바 루티츠카야 책임자.

루티츠카야 책임자에 따르면 흑해의 곡창인 우크라이나의 농경지는 4130만 헥타르에 달한다. 특히 밀 재배에 좋은 흑토 체르노젬(Chernozem)의 33%를 우크라이나가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우크라이나 곡물 수확량은 2000만t이었지만 지난해엔 8400만t으로 급증했다.

FAO 세계 수출 차트를 봐도 해바라기유는 세계 1위다. 보리는 2위, 옥수수는 3위며 밀도 5위로 상위권에 있다. 특히 유럽(32.4%), 아시아(19.7%), 중동(15.9%)의 주요 수입 농산물 공급원인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식품의 주요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루티츠카야 책임자는 “러시아 침공은 세계 식량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가 문제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및 밀 출하량의 40% 이상이 중동과 아프리카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곡물별 주요 수출국 <자료 : FAO>

우크라이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루티츠카야 책임자는 “곡물 공급 중단이 계속되면 식품 가격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UN FAO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해 밀 가격은 이미 지난달 50%나 폭등했다. 이미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큰 피해를 입었는데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중단되면 밀 가격은 추가로 더 오르고 세계 경제의 피해도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는 밀과 옥수수 등의 파종 시기가 가까워 오면서 더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의 교전이 계속될 경우 파종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FA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농가는 3월 중순부터 밀 보리 옥수수 해바라기를 파종할 땅을 준비한다.

루티츠카야 책임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파종 캠페인을 두고 ‘이것은 우리의 삶, 우리의 미래,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승리에 관한 것’이라고 하며 어떤 장벽에도 구현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농림부 장관은 사전 등록 없이 모든 농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명령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심각하게 파괴한 지역에서 파종하는 건 매우 어렵다. 일부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밀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고 UN은 20%의 식품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 검은 땅이 국기처럼 노란 빛으로 물들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루티츠카야 책임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파괴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글로벌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그런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하루 빨리 전쟁이 종식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