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백신 안 맞았는데… 소아과는 코로나 검사 ‘바글’

입력 2022-03-17 17:43
지난 14일 부산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성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동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양성’ 반응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인정키로 방침을 바꾼 뒤 소아청소과의원에도 성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소아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든 성인들과 소아과에서 한데 뒤섞이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병원 내 감염 위험도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의 한 소아과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내원한 성인 5명만 있었다. 이 소아과는 전화로 진료를 문의하는 소아 환자 보호자들에게 “요즘은 코로나19 검사 때문에 보통 1시간은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해당 의원 관계자는 “아이들 일반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소아과도 이날 오전 대기자 26명 가운데 소아 환자는 4명에 불과했다. 세 살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엄마 이모(42)씨는 “평소 소아 진료만 봤을 때는 이렇게 붐비지 않았다”며 “오히려 병원에 왔다가 코로나에 감염될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네 살 아들이 장염 증세를 보여 성동구의 한 소아과를 찾은 정모(33)씨는 대기 공간에 7명의 성인이 있는 것을 보고 움찔했다. 정씨는 이들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은 후 아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적어도 소아과 만큼은 성인들의 신속항원검사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아예 진료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내원자도 있었다. 14개월 된 딸과 함께 마포구의 한 소아과를 찾은 김모(30)씨는 접수처에서 “1시간을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에 그대로 귀가했다. 그는 “24개월이 안 된 아이는 질식 위험 탓에 마스크를 씌울 수도 없는데 성인들과 한 공간에서 대기하는 것이 걱정됐다”고 말했다.

우려와 원성이 커지자 소아과 병원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구의 한 소아과는 성인들의 대기 장소와 소아 환자의 대기 공간을 분리했다. 마포구의 한 소아과는 월·화·목·금요일 4일만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소아 진료만 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성인들은 이미 증상이 나타나는 등 확진 가능성이 큰 경우가 많다”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소아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 전파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0시 기준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는 15만807명(24.3%)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확진자 4명 중 1명에 해당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