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6·1 지방선거 준비·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선관위 전 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중차대한 선거를 관리함에 있어 안일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위원회는 지방선거를 76일 앞두고 있다”면서 “확진자 등 사전투표 부실관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조직을 쇄신하는 한편 부족하고 잘못됐던 부분을 채우고 고쳐 정확하고 신속하게 선거를 준비·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때든지 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더 이상 흔들림 없이 준비·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으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선관위 안팎과 정치권에서 제기된 사퇴 요구를 수용하는 것보다 지방선거 준비에 온 힘을 쏟는 것이 더 책임있는 모습이라는 의미다.
노 위원장은 이메일에서 “국민이 맡겨준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3가지를 열거했다. ▲대선에서 발생한 문제 원인·책임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강구 ▲사무처 슬림화 등을 통한 일하는 조직으로의 쇄신 ▲지방선거 시설·장비 점검 및 투표 관리 인력 확보 대책 마련 등이다.
그는 “그동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렴하고 합리적인 수습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의견을 개진해준 위원·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선관위원 전체회의에서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 끝에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세환 사무총장의 면직 의결을 위해 소집됐으며 노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 7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사의 표명 소식에 “부실 선거의 원흉인 노 위원장을 살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면서 노 위원장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전국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 15명도 ‘신뢰회복과 성공적 선거관리를 위한 상임위원단 건의문’을 발표하고 노 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