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를 해주지 않는다며 집 주인을 살해한 60대 세입자 A씨가 6개월 동안 4차례나 집수리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살인을 저지르기 닷새 전에도 변기 수리를 요청해 수리가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 10월쯤 해당 빌라로 이사온 뒤 11월쯤 집 주인에게 “보일러에 문제가 있다”며 수리를 요청했다. 이후에도 A씨의 집수리 요청은 계속됐다. 올해 초 두 차례나 “주방 후드(환기구)를 수리해달라”는 민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민원 당시 인근 수리 기사는 A씨의 주방 후드를 새 것으로 교체했고, 두 번째 민원 당시에는 “벌레나 새, 쥐가 들어올 것 같다”는 A씨의 말에 외부와 연결된 배관에 망을 씌우고 왔다고 한다.
마지막 집수리 민원은 사건이 벌어지기 5일 전인 지난 11일이었다. 이날은 “변기가 막혔다”는 요청을 받고 수리 기사가 A씨 집으로 출장을 갔다고 한다. 변기 수리를 마친 후 A씨는 재차 “이상한 물체들이 들어올 것 같다. 주방 후드 수리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수리 기사는 “구멍이 작기 때문에 위험한 물체가 들어올 수 없다”며 “집 안에 있는 배관 구멍은 이미 망사로 덮어놨고, 바깥에 있는 구멍을 막으려면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 수리는 해본 적 없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A씨는 집 주인에게 재차 주방 후드 수리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6일 오후 4시40분쯤 집주인이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말하자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직후 곧장 112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민지 신지호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