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백마고지 지킨채 잠든 용사, 생이별한 딸 품으로

입력 2022-03-17 16:00 수정 2022-03-17 16:02
지난해 10월 28일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백마고지에서 발굴된 6·25전쟁 때 전사한 병사의 유해 모습. 국방부 제공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에서 사격 자세 그대로 수습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가 고(故) 조응성 하사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17일 지난해 10월 28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굴된 유해와 관련해 백마고지 전사자 병적기록 등 자료조사를 거쳐 딸 조영자 씨를 찾아냈고, 유전자 분석으로 친자관계를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1928년 경북 의성 태생인 고인은 농사를 짓던 중 전쟁이 터지자 1952년 5월 제주도 제1훈련소로 입대했다.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남겨 둔 채였다. 9사단 30연대 소속이었던 그는 1952년 10월 백마고지에서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에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있었던 시기인 당시 국군이 군사적 요충지인 백마고지를 지키기 위해 중공군을 상대로 12차례의 공방전을 벌였다. 고지의 주인이 7차례나 바뀌는 등 대혈전을 치렀다는 기록도 있다. 백마고지에서 쓰러진 국군 사상자는 3400여명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중공군의 사상자는 1만3000여명이었다.

고인의 유해는 쏟아지는 포탄을 피해 개인호에 몸을 은폐한 채 적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자세 그대로 발굴됐다. 고인의 유해는 상반신만 수습됐는데, 탄약류를 비롯해 개인 소장품으로 추정되는 만년필, 반지, 숟가락 등의 유품도 함께 발굴됐다. 특히 철모와 머리뼈에서는 한눈에 봐도 전사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관통 흔적도 발견됐다.

딸 조영자 씨는 부친의 신원확인 소식에 “어느 날 아버지가 오징어를 사오셔서 맛있게 먹었는데,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하신 것 같아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국방부는 고인을 위한 ‘호국 영웅 귀환 행사’를 이날 인천에 있는 유족 자택에서 열 예정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해 9월부터는 110일 동안 백마고지에서 총 37점(잠정 유해 22구)의 유해와 8000여 점의 전사자 유품을 발굴했다. 백마고지에서의 유해 발굴은 올해도 계속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