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17일 윤석열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라고 깎아내리자 국민의힘이 즉각 탁 비서관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빈틈없는 정권 이양에 몰두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으로서 오늘의 언사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특유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 비서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 조롱과 비아냥의 탁 비서관은 마지막이라도 책임과 진중함을 보여달라”고 반발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특히 “(탁 비서관이) 폐쇄적이었던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을 일본에, 국민을 왕정 시대의 신민으로 비유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5년 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며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겠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뭐라 말할 텐가”라면서 “자신들이 하면 옳은 일이고 다른 이들이 하면 어떻게든 생채기를 내고 싶은 ‘내로남불 DNA’를 버리지 못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디 탁 비서관의 인식이 청와대 참모진 모두의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자중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정권 이양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해주길 당부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탁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청와대 내) 이미 설치·운영·보강돼 온 수백억원의 각종 시설이 아깝다”며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역사들, 그리고 각종 국빈 행사의 격조는 어쩌지”라고 적었다.
이어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일해온 정원 담당 아저씨, 늘 따뜻한 밥을 해주던 식당 직원, 책에도 안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구술해 주던 시설관리 담당 아무개 선생님도 모두 그리워지겠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관없다. 근데 여기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는 싶다.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잘 관리하겠다”고 비아냥거렸다.
탁 비서관은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며 윤 당선인을 1909년 당시 일제 통감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탁 비서관은 윤 당선인 측이 집무실 이전 이유 중 하나로 청와대 내 집무실과 비서동 간 사이가 멀다는 점을 거론한 것도 비판했다. 탁 비서관은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긴 지 5년이 됐다”며 “제가 조금 전에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의) 이동 시간을 확인했는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헉헉”이라고 적었다.
탁 비서관은 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나온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임기 54일 남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신경 끄시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십셔. 충성”이라고 적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