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가 화천대유와의 관계는 물론 아들 퇴직금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곽 전 의원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음에도 직접 법정에 나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곽 전 의원은 이날 공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제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아들과 아들 회사 관계자들의 이익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됐다. 이 부분을 저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피고인이 어떤 행위를 해서 처벌해야 한다거나 이 행위가 범죄가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공소장에는 제가 했던 내용(행위)이 없다”며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아들 병채씨도 이날 방청석에 자리했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재판이 마무리되기 전 일찍 자리를 뜬 그는 ‘퇴직금은 어떻게 산정된 것이냐’, ‘아버지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곽 전 의원은 그간 수사 과정에서 결백함을 여러 차례 호소해왔다. 그는 지난 10일 기자단에 보낸 옥중 서신에서도 “검찰은 아무 관련성을 찾지 못한 채 억지 춘향 격으로 구속하고 기소했다. 5개월에 걸친 강제 수사를 통해 7테라바이트 분량의 전자정보를 뒤졌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오는 31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혐의에 대한 피고인 입장을 재확인하고, 향후 증인 목록과 증거조사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과정 등에 도움을 주고,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성과급 등 50억원(세후 약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4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곽 전 의원은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돈은 “변호사 업무를 해 준 대가”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