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7일 윤석열 당선인 측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과 관련해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집무실을 이전하고 기존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윤 당선인 공약을 일제의 창경궁 개방에 비유한 것이라 국민의힘 측 반발이 예상된다.
탁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탁 비서관은 “다만 설치돼 운영되고 보강돼온 수백억원의 각종시설이 아깝다. 광복 이후부터 있었던 수많은 역사와 각종 국빈 행사의 격조는 어쩌나”라고 했다.
이어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일해온 정원담당 아저씨, 늘 따뜻한 밥을 해주던 식당 직원들, 책에도 안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구술해주던 시설관리 담당 아무개 선생님도 모두 그리워질 것”이라며 “겨우내 출몰하던 냥냥스(고양이)도”라고 했다.
탁 비서관은 “청와대가 가보고 싶은 공간인 이유는 거기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며 “일전에 (대통령 휴양지인) 저도를 반환했을 때 국민 관심이 많았지만 결국 관심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공간이 됐다”고 했다.
탁 비서관은 이어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며 “상관없다. 근데 여기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는 싶다.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잘 관리하겠다”고 했다.
탁 비서관은 앞서 올린 또 다른 글에서는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 사이 거리가 멀다는 윤 당선인 측 주장에 대해 “뛰면 30초, 걸으면 57초”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이 아닌 비서동 내 집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어 참모들의 이동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집무실과 비서동이 멀리 떨어져 있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전한다는 건 전혀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찾으면 1분 안에 볼 수 있다”고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로 용산 국방부 청사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 일설에는 풍수가의 자문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에 대해 “윤석열정부가 하려는 모든 일을 반대하고 선거가 끝난 다음에도 저열하게 나오시나”라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