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전날 오찬 회동 무산과 관련해 “사전 논의 과정에서 당선인 측의 대단한 무례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윤 당선인 측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를테면 사면 문제도 대통령의 고유권한 아니냐”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면 문제가 회동 전에 의제로 제시된 게 회동 무산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는 “그에 대해 요청하거나 건의한다거나 했다고 하더라고 대통령의 의사가 확인되기 전에는 나와서 그런 요청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이라면서 “들어가기도 전에 ‘이런 요청을 하겠다’는 여론몰이로 사면을 압박하는 이런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임기말 공기업 인사 단행을 윤 당선인 측이 문제삼은 것과 관련해 “인사와 관련해서도 이를 테면 모든 인사를 중지해라, 그리고 당선인과 협의해서 인사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것으로 미뤄보면 대단히 무례한 요구가 있었고 마치 점령군 행세하는 모습 때문에 불발된 거 아닌가”라고 했다.
윤 당선인 최측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MB-김경수 동반 사면’ 발언에 관련해선 “대통령 고유 권한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간의 회동에도 예의와 격식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을 전혀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끌고갈 수 있는 것처럼 하는 일방통행식 자세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라고 비난했다.
권 의원이 임기가 내년 5월 31일까지인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한 것에 관해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 잔여임기를 조사한 것을 갖고도 불법이라고 구속기소하지 않았느냐”며 “그렇게 법과 원칙을 중시했던 양반이 갑자기 대통령이 되자마자 이런 식으로 인사권에 대해 침해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건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공기관 인사 교체가 관행적으로 있어왔지만, 강제적인 사퇴 압박은 범죄가 된다는 판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윤 위원장은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에 대해선 “사실상 검찰을 과거 국가정보원, 안기부처럼 이용해 검찰에서 존안자료를 일상적으로 수집하게 만들겠다, 검찰 공화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 게 아니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해서도 “국방 안보에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용산 땅은 사실 우리들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선 이를 테면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우리 대통령이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꼭 가야겠느냐. 이해할 수 없다. 일설에는 무슨 풍수가의 자문 아니냐 이런 의문도 제기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86그룹이 주축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선 ”그런 의견이 일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더미래의 일치된 의견도 아니고, 그런 의견을 가진 의원들도 오늘 재선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니까 충분히 들어보겠다”고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