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또 언론인 피살…3달 만에 8명째

입력 2022-03-17 09:40
지난 14일(현지시간) 멕시코 내무부 건물 앞에 언론인 시위대가 붙인 피살 언론인들의 사진. AP뉴시스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인 멕시코에서 또다시 언론인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만 벌써 8번째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중서부 미초아칸주 검찰은 인터넷 매체 ‘모니토르 미초아칸’의 아르만도 리나레스 국장이 15일(현지시간) 오후 자택 근처에서 최소 8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올해 멕시코에서 피살된 8번째 언론인이다. 그는 지난 1월 말 같은 매체 기자 로베르토 톨레도가 살해된 데 이어 6주 만에 ‘모니토르 미초아칸’의 2번째 피해자가 됐다.

리나레스가 재직했던 매체는 미초아칸의 제왕나비 보호구역 주변에서 벌어지는 불법 벌목이나 지방정부의 부패 등을 취재해왔다. 미초아칸주는 마약 밀매, 불법 벌목, 아보카도 농장 착취 등까지 일삼는 범죄 조직들 탓에 멕시코 내에서도 강력범죄가 잦은 편이다. 톨레도의 사망 후 리나레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도 수차례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멕시코는 거의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 피살 사건이 발생하는 나라다. 카르텔의 범죄나 당국 비리 등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협박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경없는기자회(RSF) 등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만 150명 가까운 멕시코 언론인이 살해됐다. 특히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9명의 언론인이 피살됐지만 올해는 불과 3달 만에 이 수치에 근접하게 됐다.

문제는 살해범이 붙잡혀 유죄 판결까지 받는 비율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90% 이상의 사건들은 미결 상태로 남아있다.

게다가 위협에 시달리는 기자들에 대한 당국의 보호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한 기자를 공개적으로 공격하거나, 일부 기자들을 ‘부패한 용병’으로 지칭해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언론인에 대한 공격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국이 이 사건에 이미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정부의 능력에 믿음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미초아칸의 한 언론인 단체는 성명을 통해 “멕시코와 미초아칸에서 기자들에 대한 살인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 혐오 등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멕시코 정부가 이번 살인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비난했다.

참사가 반복되면서 멕시코 안팎 언론단체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트위터에 “올해 살해된 멕시코 언론인들의 수,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가해지는 계속되는 위협이 우려스럽다”며 “멕시코 언론인들을 위한 더 많은 책임과 보호를 요구하는 것에 나도 동참한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10일 결의문을 통해 “인권운동가와 언론인들이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활동하기 위한 멕시코 정부의 노력을 촉구한다”며 “특히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언론인에 낙인을 찍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들의 우려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블링컨 장관을 향해서는 “간섭하지 말라”고 했으며, 유럽의회의 결의문에 대해서도 “멕시코 정부에 반대하는 부패한 단체의 반동 전략에 (유럽의회 의원들이) 양 떼처럼 동참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