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정부, 거리두기 이미 포기… 위기라고 말해야”

입력 2022-03-17 08:33 수정 2022-03-17 10:22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뉴시스

“거리두기는 이미 포기한 것으로 본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이같이 정부의 방역완화 방침을 맹비난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위기라고 말해야 한다”며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를 겨냥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솔직히 지금 모르겠다”며 “제가 알고 있는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분들 만나면 자기네도 이렇게 하는 거 원치 않는다고 그런다. (이건) 정권의 의지예요. 정권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의지라면 어디를 말하는 거냐’는 진행자 질문에 “중대본이든 청와대든 거기서 나오는 거 아니고서는”이라며 “지금 유행 규모가 커지고 문제가 된다는 걸 질병청이 모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데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그냥 나는 정했어. 그냥 계속 밀고 가’ 이런 사인만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총리까지 다 똑같은 얘기를 한다”며 “심지어는 복지부에 아침마다 브리핑하는 반장까지도 그냥 일관되게 이런 식으로 사인을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슬픈 예감이 맞아떨어졌다”며 “제가 예측하기에는 한 이맘때 20만 정도면 우리가 감당하고 버틸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2~3주 전부터 그런 상황(정부의 거리두기 완화)이 되면서 40만 찍겠구나 그때부터 예상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서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독감 수준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는 “정점을 찍지 않았는데 먼저 할 필요가 없는 얘기를 계속하는 상황”이라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 충분히 걸릴 만큼 걸려서 이번 유행을 마지막 유행으로 한번 만들고 끝내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면 절대로 이런 방향으로 끌어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부가 코로나 정점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정점이 끝났구나 하고 정점이 지났다고 얘기를 했지 정점이 될 거니까 완화시켜도 된다고 얘기한 국가는 한 국가도 없다”며 “지금도 의료체계가 그냥 정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고 눈에 안 보이는 사건사고가 엄청나게 터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 교수는 “거리두기는 이미 포기한 걸로 본다”며 “의료체계 붕괴된다고 거리두기 강화하라면 현 정권은 끝날 거니까 안 할 거고 새 정권은 그 욕을 먹어가면서 거리두기 강화할 거라고 생각 안 한다. 하루에 500명씩 죽어도 그냥 한 몇 주 지나면 지나갈 거니까 그냥 그렇게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 조이는 건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현 체제만 유지해 불확실성만 키우지 말고 메시지라도 지금 위기라고 정확하게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