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탈군사화 등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군사작전과 서방의 대러 제재로 어려움에 부닥친 지방정부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회의에서 “키이우(키예프) 인근이나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러시아군이 등장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에겐 그러한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에 원칙적인 문제인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탈군사화 및 탈나치화 문제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말한 ‘탈군사화’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무력화를, ‘탈나치화’는 반러 친서방 노선을 추구하는 현 우크라이나 지도부 축출을 의미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이 사전 계획에 따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양민 피해를 피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달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개시한 이유에 대해 “우리에겐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어떠한 가능성도 남아있지 않았다.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영토에서만 행동했더라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거나 러시아에 대한 위협을 근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침공 이유를 정당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돈을 벌어 외국에서 호화롭게 생활하는 친서방 성향의 자국 사업가 집단을 ‘제5열’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제5열은 적을 이롭게 하거나 적과 내통하는 내부 반역자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서방은 ‘제5열’에 큰 기대를 걸 것이다. 러시아에서 돈을 벌지만 저쪽(서방)에서 사는 국가반역자들, 지리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저쪽에 사는 자들”이라며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정신적으로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과 함께 있지 않고 저쪽에 있다”고 비난했다.
서방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그는 “러시아를 상대로 사이버 공간에서 대규모 공격이 펼쳐지고 있으며 유례없는 정보전이 전개되고 있다”며 “여기엔 글로벌 SNS와 모든 외국 언론이 동원되고 있고 이들에겐 객관성과 독립성은 신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