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 패배 이후 다시 ‘조국 사태’를 반성하는 발언이 나왔다. 이에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조국을 안고 가면 패배밖에 없다 해도 그 길을 가겠다”고 했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상처투성이인 조국과 그 가족 그만 좀 건드리라”고 반발했다.
채이배 “민주, 내로남불 큰 계기는 조국 사태”
채이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16일 광주 서구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탄핵과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초기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인사 실패, 내로남불, 불공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잃은 것을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그 가장 큰 계기가 조국 사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위원은 그러면서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고 조국 장관은 결국 35일 만에 물러났다. 민주당이 공정의 가치를 잃어버린 뼈아픈 과정이자 국민을 실망시키고 분열하게 만든 내로남불이었다”며 “이를 반성하고 사과할 기회도 있었다. 지난 1월 정경심 교수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을 때 청와대와 민주당은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회를 놓쳤다”고 반성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저는 민주당 지도부의 일원으로 반성하고 사과를 드린다”며 “앞으로 내로남불하지 않는 민주당이 되겠다.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을 두고도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탓하며 비겁한 태도를 보이지 않겠다”고 했다.
채 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적어도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 ‘저 잘했어요’만 쓸 게 아니라 편 가르기와 정책 실패 등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국민이 제대로 평가를 해 줄 거다”라고 날을 세웠다.
황교익 “처참한 조국 가족, 어떻게 밟느냐”
이에 황교익씨는 16일 페이스북에서 “조국이 지은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조국도 사과를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조국의 죄가 멸문지화를 당해도 될 만큼 무거운 것이라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습적인 작은 잘못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법 집행을 보며 이게 인간 세상인가 하고, 무섭고 화가 나고 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조국을 버렸으면 이겼을 거라는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다. 민주당이 조국을 버리면 나는 민주당을 버리겠다. 최소한의 동지 의식도 없는 정당을 어떻게 믿느냐”고 했다.
이어 “조국을 못 버리면 또 질 거라고?”라며 “조국을 안고 가면 패배밖에 없다 해도 그 길을 가겠다. 지면 어떠냐. 적어도 인간이면 인간다워야 한다. 처참하게 버려진 조국 가족을 어떻게 밟고 지나가느냐”고 말했다.
17일 올린 글에서는 “민주당 분위기가, 다들 조국한테 욕을 하니까 자신도 욕하지 않으면 조국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강박 같은 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며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비교할 만한 것으로 욕을 하자”고 채 위원 발언을 비판했다.
김용민 “그냥 내 성상납 발언 때문에 졌다 해라”
김용민 이사장도 채 위원의 발언에 발끈했다. 그는 “‘조국 책임론’은 아마 지방선거에서 지고 난 다음에도 나오고, 22대 총선, 21대 대선에서도 나올지 모르겠다”며 “조국 책임론이 맞다면 2020년 총선에서 대패해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조국이 뭘 했나. 출마를 했나. 입당이나 했느냐”며 “조용히 재판만 받고 있다. 왜 당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3년 전 일로 끌어와 비수를 꽂느냐. 왜 그를 으스러뜨리지 못해서 안달이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김 이사장은 “그건 너희의 책임을 감추기 위해서다. 희생양이 있어야 면피할 수 있거든. 그냥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을 나한테 전가해라. 성상납 발언 때문에 졌다고 하라”며 쏘아붙였다. 그는 앞서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성상납’ 의혹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