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의 개발자 영입 경쟁이 치열하디. 모든 기업이 IT기업으로 변신하는 상황에서 개발자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업계는 수억원 규모의 스톡옵션, 사이닝 보너스를 제시하는가 하면 사옥을 강남으로 이전해 접근성을 높여주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내걸고 있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소프트웨어(SW)분야 신규 인력수요는 35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대학, 대학원 등과 정부의 SW인력 양성사업으로 공급되는 인력은 32만4000만명에 그친다. 5년간 2만9000명이 비는 셈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SW기업만 SW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일반기업도 SW 인재를 채용하면서 구인난이 가중된다. 중소‧벤처기업에 인력수급 문제는 곧 생존위기”라고 말했다.
개발자는 뽑아도 뽑아도 모자랄 지경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 기업들은 연봉 인상, 스톡옵션, 사이닝보너스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8일부터 대규모 개발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200여명에 이어 올해는 3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성과 보상정책도 새로 적용했다. 모든 정규직 임직원에게 1년 만근 시마다 독일 증시에 상장한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 주식을 준다. 정규직 입사자에게 근속 2년을 조건으로 기본 연봉의 20%를 사이닝 보너스로 지급한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사이닝 보너스, 스톡옵션을 내세운다. 시니어급 개발자는 입사 시 직전 연봉의 인상과 함께 사이닝 보너스 1억원, 스톡옵션 2억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주니어·미들급 개발자도 최대 1억원의 스톡옵션을 받는다. 패션 플랫폼 브랜디도 개발 경력자에게 사이닝 보너스 1억원, 스톡옵션 1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연봉 인상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지난해초 쿠팡이 신입 개발자에게 연봉 6000만원을 제시한 뒤로 배달의민족은 초봉을 6000만원, 당근마켓은 6500만원까지 올렸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직방은 아예 초봉 8000만원을 제시했다.
인재를 뺏길세라 하루 만에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하는 등 속도전도 벌어진다. 요기요는 지난 15일 연구·개발(R&D) 센터 전 직군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에서 하루만에 치르는 ‘원데이 면접’을 도입했다. 경력 지원자는 반차만 내고도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서류 검토도 48시간 이내에 이뤄졌다. 요기요 관계자는 “최대 1000명 규모까지 조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서류 접수부터 온라인 코딩 테스트, 면접까지 최대 10일 안에 채용이 끝난다”고 말했다.
당근마켓도 지난달 22일부터 전 직군 간편지원 채용캠페인 ‘리쿠르트24’를 실시하고 있다. 지원자가 제출한 핵심 내용을 토대로 포지션 적합성을 평가해 24시간 안에 서류 결과를 안내하는 게 핵심이다.
인력을 뺏고 뺏기기보다 아예 인재를 양성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NHN이 설립한 NHN 아카데미,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 테크코스·테크캠프, 삼성의 청년소프트웨어(SW)아카데미, 한화의 드림인 iOS 아카데미, 크래프톤의 정글 등이 대표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부터 10개월간 개발자 교육 과정을 무료로 지원하는 우아한테크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1기 수료생 45명 중 95%는 우아한형제들, 쿠팡, 카카오 등에 취업하는 성과를 냈다. 바로 실무 투입 가능한 개발자 등용문으로 자리잡으면서 최근 SK에너지가 우아한테크코스 참여자를 채용 우대자격요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개발자를 찾아 서울 강남으로 사옥을 옮기기도 한다. SSG닷컴은 본사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에서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T기업과 개발자들이 몰리는 강남 한복판에 있어야 채용이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마켓컬리, 티몬, 위메프, 지마켓글로벌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 근처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