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전사자… 우크라 “러시아군 1만3800명 사망”

입력 2022-03-16 19:32 수정 2022-03-16 20:40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일째인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는 도네츠크주 볼노바카 마을에서 한 여성이 파괴된 건물 앞을 자전거를 끌며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가 16일(현지시간)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1만3800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전사자 수를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 규모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SNS를 통해 러시아 내 여론 분열을 노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이날까지 21일간 러시아군의 총 손실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시아군 전사자는 약 1만3800명으로 추정된다. 또 러시아군의 탱크 430대, 장갑차 1375대, 포병 대포 190대, 헬기 108대를 파괴했다. 항공기 84대, 군용 차량 819대, MLRS(다연장 로켓발사차량) 70대, 대공포 43대, 군함 3대, 연료탱크 60대, 특수장비 10대에도 파괴에 준하는 손실을 입혔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 페이스북에 올라온 러시아군의 총 손실 보고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페이스북 캡쳐

러시아군의 전사자 수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이코르 코나셴코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다치고 죽은 병사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그는 우크라이나군 전사자가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 정부도 러시아군 전사자 정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인공위성 사진 분석과 통신감청 등을 토대로 러시아군 피해 규모를 추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세계 언론들은 러시아 정부가 자국 군 사망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적 입지 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1990년대 두 차례 펼친 체첸 전쟁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피해 규모가 알려지면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는 러시아군 어머니 세대를 중심으로 푸틴 대통령을 향한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이날 “영국 국방부가 정보 요원들을 통해 러시아 전역에서 추가로 군대를 모집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국면에 진입하자 병력 손실이 커져 추가 입대라는 고육지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CNN 설명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피해 상황을 온라인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러시아군 전사자와 포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이 사이트에는 다친 러시아군 포로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24시간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의 이름은 ‘200rf’. 옛 소련이 전장에서 후송한 전사자 시신의 군 코드인 ‘카고 200’에서 응용한 이름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페이스북에는 러시아군 포로의 생사를 확인할 핫라인 전화번호도 적혀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지난 8일 “러시아군 가족들을 위해 개설한 ‘포로·사상자 정보’ 핫라인에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러시아인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개전 이후 6000통 넘는 문의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아들을 데려가라”며 포로를 공개하는 등 러시아 국민의 사기를 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