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협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로 예정됐던 윤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회동은 불과 4시간을 남겨두고 불발됐다. 미래 권력인 당선인과 현재 권력인 현직 대통령의 회동 무산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양측은 구체적인 회동 무산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문 대통령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등 핵심 의제에서 양측이 심각한 의견차를 드러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낮 12시 오찬 회동을 불과 4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상호 실무차원의 조율을 하면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연기를 먼저 요청한 쪽이) 어느 한쪽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일체 (연기)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산이 아니라 실무협의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라며 “실무협의를 하는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율됐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가 회동 불발 원인이라는 관측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문제가 걸림돌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걸로 충돌한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명박·김경수’ 사면 바터(교환)설을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을 부탁하거나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당선인 측 인사는 “실제로 두 분의 회동이 성사되면, 갈등설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이 미뤄지면서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 인근에서 ‘김치찌개 오찬’을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일반 시민들도 식당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이 있는 현장 속으로 가서 실제 눈을 맞추고 어루만지는 행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식사 후에는 경복궁역 인근을 산책했고,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거나 셀카 요청에 응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윤석열 인수위’도 본격적인 가동 채비에 나섰다. 인선이 마무리된 기획조정·경제1·외교안보·정무사법행정 분과 인수위원들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이상헌 박세환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