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장거리 폭격기를 전개하는 ‘블루 라이트닝’ 훈련을 5년 만에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북한의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과 이에 대해 한·미가 장거리 폭격기를 출동시키는 훈련을 펼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위기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블루 라이트닝’ 훈련은 태평양 괌의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B-52H 장거리 폭격기 또는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출동시켜 임무를 수행하는 절차에 관한 연습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일본의 전투기들이 폭격기와 각각 엄호 비행을 한다.
미군 장거리 폭격기의 한반도 출동은 2017년 이후 중단됐다. 미국은 2018년 5월 한국과 이 훈련을 계획했으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리 측 우려로 미국 단독으로 한반도 인근에서 시행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한반도 인근에 각종 전략무기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의 함재기(F-35C)를 동원해 한국 서해에서 비행 훈련을 벌이고, 이를 미국 7함대사령부가 15일 홈페이지에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이밖에 한국·일본과 함께 탄도탄 추적요격훈련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훈련은 한·미·일 3국이 각국의 위치에서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정해 탐지·추적·요격하는 훈련이다.
한국도 자체 대응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육군 미사일사령부는 강릉 등 강원도 일대에서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에 대응하는 성격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를 다음 달로 조율 중인 한·미 연합훈련은 대규모 실기동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미사일 발사 실패를 겪은 북한은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까지 기술 완성을 위한 추가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강대강’ 대치 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성-17형’의 폭발과 관련해 발사 초기 단계에서 폭발이 발생한 점 등을 근거로 엔진 계통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봤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음속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으로 인해 연료통이 균열되고, 이로 인해 연료 누수 등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17형은 3단으로 구성됐는데, 1단에는 액체연료를 쓰는 백두산 트윈 엔진 2세트를 결합해 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 가속을 위해 막대한 추력이 필요한데, 엔진에 문제가 생겨 추력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엔진 내 ‘불균형’이 생기면서 폭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추정이 맞는다면 이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의 매우 기본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북한 입장에선 화성-17형의 기술 완성은 고사하고 다른 탄도미사일까지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일성 생일에 맞춰 성공 형식으로 포장하려다 보니 (미사일 개발) 일정을 너무 촘촘하게 잡고 시험발사를 부실하게 진행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처음 화성-17형을 쏜 뒤 6일 만인 이달 5일, 11일 만인 16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