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발사 직후인 고도 20㎞ 이하 상공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도발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첫 북한의 무력시위다.
통상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실패했을 경우 일정 기간을 두고 원인을 분석하지만, 이번엔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이 얼마 남지 않아 사전 성능시험을 위해 이른 시일 내 재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최근 두 차례 시험발사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9시3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이) 초기 단계에서 상승하다가 일정 고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중 폭발 지점은 고도 20㎞ 이하 상공인 것으로 추정됐다. 미사일 폭발 잔해는 평양 인근 일대에 그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는 2016∼2017년 다수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공중 폭발한 이후 처음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발이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점 등을 근거로 엔진 계통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기종에 대해 “탄도미사일은 제원상 탄도탄의 특성을 보여야 특정해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추정된 것을 갖고 단정하기가 어렵다”며 “한·미 정보 당국이 추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신형 ICBM인 ‘화성-17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사 장소가 북한이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두 차례 화성-17형의 성능시험을 했던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로 동일하다는 것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 10번째이며, 지난 5일 이후 11일 만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시험발사 실패는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에 원인을 분석해 같은 유형의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때까지 집중적으로 신형 ICBM 성능시험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합참 관계자는 추가 발사 가능성에 대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등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북한이 오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한국·일본을 비롯한 역내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미국은 이 같은 행위를 규탄하고 북한이 추가적으로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