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발 유가 급등도 간만에 열린 여행 문 못 닫았다”

입력 2022-03-16 15:47
지난해 12월 말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공항에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발 유가 상승 등으로 치솟은 항공료도 코로나19 방역 봉쇄에 억눌렸던 여행 욕구를 막지 못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이 넘치자 미국 항공업계는 유류비 인상분을 고스란히 전가하며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항공사들은 “오미크론 변이로 잠시 주춤했던 여행 수요가 다시 급증했다”며 “더 높은 운임으로 연료비 상승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충분히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항공사 델타항공은 여행 수요가 이전에 비할 수 없이 늘어 지난주 사상 최대 항공권 판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대표는 “이보다 더 강한 수요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도 항공권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특히 출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면서 1분기 이익이 올해 초 전망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광범위한 영공이 폐쇄됐지만 유럽행 항공편 예약에는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았다고 바스티안 대표는 설명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는 미국과 영국을 오가는 여행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로이터는 “(항공사에) 연료비는 인건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용이지만 주요 미국 항공사는 대부분의 유럽 항공사처럼 변동성이 심한 유가를 헤지(방어)하지 않는다”며 “이들 업계는 일반적으로 더 높은 요금으로 연료 비용을 상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델타항공은 유류비 충당을 위해 2분기부터 약 10%씩 항공권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유나이티드항공 등도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연료비 대부분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

더그 파커 아메리칸항공 대표는 로이터에 “우리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유가에서도 돈을 벌 수 있고,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빈 헤이즈 제트블루 대표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경제가 어떨지 생각하면 조금 조심해야 한다”며 여행 수요 지속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을 보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