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재판에 개입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재판이 연기됐다. 재판부는 오는 23일부터 재판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건강 상태와 자가격리 해제 등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는 1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이 코로나19 자가진단 결과에 따라 불출석하자 재판을 연기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늘 아침에 직접 연락을 하셨다. 양승태 피고인이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고. 금일 오전 보건소에서 추가검사를 받은 이후에 자가격리 중이다”라며 “공판기일 변경을 급하게 제출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출석하지 않은 걸로 인정된다”며 “오늘 재판은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정됐던 증인신문도 함께 연기됐다.
함께 재판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 측도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양 전 대법원장의 사정을 듣고 재판기일이 변경될 것으로 알고 안 오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경우, 이날은 변론이 분리돼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2019년 2월 기소됐고, 현재 3년이 넘도록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등 여러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