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회담에서의 입장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이 종전 실마리가 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새벽 공개된 녹화 연설에서 “협상이 계속되면서 더욱 현실성 있게 들리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종전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협상 내용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같은날 이호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러시아가 더는 항복을 요구하지 않는 등 입장을 완화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지도자 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년간 나토의 문이 열려있다고 들었지만, 이미 우리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사실이고 우리도 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나토 가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는 러시아가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할 경우 휴전 협상의 난제 중 하나가 해결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실제 휴전이나 종전이 이뤄지려면 우크라이나의 영토 및 러시아군 철수와 관련한 이견 해소도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군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고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