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에 빠진 20대 청년과 50대 가장의 장기 기증으로 생사를 넘나들던 9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평범한 우리 이웃 2명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9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고 16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5일 평소 아픈 곳 없이 건강했던 고 지태선(26)씨는 지인들과 모임 중 화장실에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뇌사 상태임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지난 8일 심장, 폐, 간, 신장(양측), 췌장을 기증해 6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태선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구독자 8만명이 넘는 음악방송 유튜브(I just like music) 운영자로 사고를 앞두고 가수들과 콘서트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버지 지연봉씨는 “유튜브에 올린 곡이 생의 마지막 편곡이 될줄이야. 너무 고통스럽고 원치 않지만 이제는 보내야겠지? 사랑하는 태선아! 저 세상에 가더라도 아빠는 언제나 우리 아들에게 구독! 좋아요! 누를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 황재성(58)씨는 지난 1월 뇌경색으로 입원치료 중 상태가 악화되면서 경북 안동병원으로 전원했으나 끝내 생명을 되살리지 못했다.
가족들은 17년 전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했던 황씨의 뜻을 존중해 지난 10일 간장과 신장(양측)을 3명의 환자들에게 나눠줬다.
황씨의 아내는 “평소 뇌경색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왔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거라 생각해요. 누군가의 생명이 남편을 통해 다시 숨쉰다 생각하니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가족을 남겨두고 떠난 기증 이야기를 접하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하지만 이런 기증 미담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생명나눔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