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없는 물렁살 키우면 폐기능 나빠진다

입력 2022-03-16 10:47 수정 2022-03-16 11:13

근육 없는 물렁살을 키우면 폐기능이 나빠질 수 있다. 나이들면서 진행되는 폐기능 감소를 늦추려면 체지방은 줄이면서 근육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폐기능은 35세 이후 천천히 떨어진다. 비만이 폐기능의 빠른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정상 체중이라도 체지방 과다나 근감소증이 폐기능 감소의 위험 인자임이 보고되고 있다.

서울대병원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이소희, 김선신 교수,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흥우 교수팀은 이에 근거해 체성분 변화가 폐기능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건강검진을 받은 1만5476명을 대상으로 평균 8.95년에 걸쳐 체지방 및 근육량 변화와 FEV1(1초 노력성 호기량, Forced Expiratory Volume in 1 second)의 감소 속도를 분석했다.

FEV1은 1초간 폐에서 강제로 내보낼 수 있는 공기량을 말한다.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분석 결과 근육량이 감소할수록, 체지방이 증가할수록 FEV1 감소 속도가 빨랐고 여자보다 남자에서 더 큰 변화를 보였다.
170㎝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1년에 289g의 근육이 늘면 FEV1 감소를 매년 30.79㎖ 줄이고 같은 양의 체지방이 늘어나면 매년 59.65㎖ 증가시켰다.

연구팀은 또 근육량과 체지방 변화를 사분위로 나누고 변화가 가장 크거나 작은 그룹을 조합해 4개 그룹으로 재분류하고 FEV1 감소 속도를 비교했다.
△근육 증가, 체지방 감소가 가장 큰 그룹1 △근육 증가, 체지방 증가가 가장 큰 그룹2 △근육 감소, 체지방 감소가 가장 큰 그룹3 △근육 감소, 체지방 증가가 가장 큰 그룹4이다.

체성분 변화에 따른 FEV1 감소 속도는 남녀 모두에서 그룹1 < 그룹3 < 그룹2 <그룹4 순(절대값 기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자 그룹4의 감소 속도는 그룹1보다 1.6배 빨랐다.

흥미로운 점은 FEV1 감소 속도는 체지방이 감소한 그룹에서 유의하게 줄고 체지방이 증가한 그룹에서 유의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근육과 체지방이 함께 증가한 그룹은 근육과 체지방이 함께 줄어든 그룹보다 FEV1 감소 속도가 빨라 체지방 변화가 근육량 변화보다 FEV1 감소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즉 근육이 늘더라도 체지방이 함께 증가하면 폐기능 감소를 가속화 시키고 근육이 빠지더라도 체지방이 감소하면 폐기능 감소가 줄어든다.

연구팀은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염증 물질이 폐 조직을 손상시키고 기관지 염증을 촉진해 폐 기능이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 결과에서도 그룹1의 염증 표지자 수치가 유의하게 낮고 그룹4에서 유의하게 높은 것이 확인됐다. 이는 폐기능 감소 속도 악화에 염증 기전이 연관됐음을 시사한다.

이소희 교수는 16일 “건강한 성인이 체중 조절을 통해 폐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체중 조절과 함께 근육량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폐기능의 감소 속도를 더욱 늦춰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신 교수는 “단순히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비만도가 아닌 체지방량과 근육량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