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尹당선인 회동 ‘4시간 전’ 무산…신·구 권력 충돌

입력 2022-03-16 10:30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회동이 무산됐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회동이 미뤄진 배경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만 양측이 만남 준비 과정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과 정권 교체기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 등의 의제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권 교체기 신·구 권력이 갈등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낮 12시 독대 오찬 회동을 갖기 4시간 전 무산 사실이 발표된 것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회동 연기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김 대변인은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상호 실무차원의 조율을 하면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연기를 먼저 요청한 쪽이) 어느 한쪽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사진)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 제공, 국회사진기자단

청와대 내부에선 두 사람의 회동이 무산된 것을 두고 “양측이 생각했던 자리의 성격이 달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이 대선 이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만남인 만큼 가벼운 상견례와 축하 인사 자리로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이 MB 사면과 추가경정예산안 추가 편성 등의 의제를 공식화하면서 이번 만남이 성과를 내야 하는 ‘회담’처럼 비춰지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축하와 덕담,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야 하는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만남이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로 규정되면서 이 수석과 장 실장 등 실무자의 부담이 늘어났다”며 “지나친 의제화로 회동 준비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회동의 성격을 두고 양측의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MB 사면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문 대통령 임기내 진행되는 인사 문제에 대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도 회동 무산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또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김오수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선 윤 당선인 측이 김 총장의 거취를 언급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