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은행권이 예대금리(예금·대출 금리) 격차 해소 공약 이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에서는 시중은행이 과도한 예대금리차로 폭리를 취하는 문제를 이번에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대로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실효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약이 이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새로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집을 보면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반영 속도 차이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로 인해 소비자 금융 부담과 금융회사의 과도한 이익이 발생한다’고 진단한 부분이 있다. 예대금리차 격차 해소를 위해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도 도입’ ‘필요 시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 및 담합요소 점검 추진’ 방안 등이 공약으로 제시됐다.
구체적으로는 대출금리를 정하는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비용과 마진 등으로 세분화한 가산금리의 ‘디테일’을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은행권 예대금리 차이 평균치를 단순히 공개하는 기존 방식을 개선해 공개 범위를 더 넓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15일 “만약 예대금리차를 은행별로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공시 체계가 마련된다면, 금융 소비자들은 과도한 이득을 취하는 은행과 합리적인 가산금리를 산정하는 은행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산정 과정에 대한 최근 실태 점검 결과를 토대로 한 제도 개선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점검 결과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산정에 일부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뿐 아니라 예대금리차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권고 조치 등을 규정한 은행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이미 발의된 상태다. 은행이 개인 신용등급이나 신용평점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게다가 문재인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불만 여론도 고조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보다 0.25%포인트 벌어진 1.80%포인트로 나타났다. 1개월 만에 예대금리차가 0.25%포인트 넘게 격차가 커진 것은 2013년 1월(0.26%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금금리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대출금리는 광속으로 올리고, 예금금리는 찔끔 느리게 인상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예금금리가 빠르게 조정될 수 있도록 은행권의 수신금리 모범 규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중은행의 금리 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