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MZ세대”…20년 전과 비교해보니 빚에 ‘허덕’

입력 2022-03-15 18:33
국민일보DB

20·30세대를 가리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20년 전 같은 연령대 젊은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내 집 마련 등을 위한 대출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1980~1995년생을 MZ세대로 정의하고 X세대(1965~1979년생) 및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와 경제 상황을 비교했다. 2018년 기준 MZ세대와 2000년 당시 동일 연령대(1962~1977년생)의 소득과 자산, 부채 등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따르면 2018년 현재 MZ세대(24∼39세·1980∼1995년생 결혼한 상용직 남성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2000년 같은 연령(24~39세)의 1.4배로 집계됐다. 늘어나긴 했지만, X세대(2018년 현재 40∼54세·1965∼1979년생), 베이비붐(BB)세대(55∼64세·1955∼1964년생)의 근로소득이 2000년 같은 연령대의 1.5배, 1.6배인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다고 볼 수 없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동일한 연령대와 비교해도 2018년 현재 MZ세대의 근로소득 배수는 1.07로 X세대(1.08)나 BB세대(1.2배)보다 낮았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상황에서 사회에 첫발을 디딘 MZ세대의 경우 과거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아 소득의 증가폭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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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금융자산 역시 전 기간(2001~2018년)을 보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영준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취업난 등으로 금융자산 축적을 위한 종잣돈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총부채의 경우 2018년 MZ세대가 2000년 같은 연령대의 4.3배에 이르러 X세대(2.4배), BB세대(1.8배)를 크게 웃돌았다. 결국 약 20년 전 같은 연령과 비교했을 때 2018년 현재 10대 후반~30대 젊은 MZ세대들의 소득과 금융자산은 X세대나 BB세대보다 덜 늘어난 대신 빚은 크게 불었다는 뜻이다.

총부채 증가는 MZ세대가 주택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끌어다 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2018년 MZ세대가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비율은 34.4%로, X세대(32.1%)와 BB세대(19.6%)에 비해 높았다.

최 연구위원은 “MZ세대가 경제활동의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이전 세대와 비교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향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MZ세대의 생활방식, 취향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점검하고, 이들의 소득 증가, 부채 감소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