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툰] 무지개를 선물해준 ‘낭만 기사님’

입력 2022-03-16 00:07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여름, 퇴근길 승객들에게 무지개를 선물해준 ‘낭만 기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연일 폭염에 이따금 호우주의보까지 이어지는 여름날이었어요.

소나기가 억수같이 퍼부었던 퇴근길.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했죠. 똑같은 버스와 사람 그리고 풍경들... 그런데 그날은 평소와 달랐어요.


쌍무지개라는 깜짝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찬란한 노을까지. 퇴근길이 특별해 졌습니다.

오후 7시쯤 하늘이 개면서 서울 마포구, 영등포구, 관악구 등지에서 그날의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고 해요.


무지개가 쨍하게 뜬 순간, 예상치 못한 풍경에 30명 남짓한 승객들이 모두 일어나 사진을 찍으며 감탄했어요.

저를 포함한 모두가 그 장면을 담기 위해 애썼죠. 덕분에 찰칵 소리와 감탄사가 버스 곳곳에 울렸어요.

그때...

버스 기사님이 승객들을 보시더니! 잠깐 정차해주신다고 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버스기사님은 “아니~아니에요~”라고 말할 줄 아셨을 거에요. 다들 지친 퇴근길 버스 안이고 한시가 바쁜 현대인들이니까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승객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전부 입을 모아 “네!!!”라고 크게 답했죠. 마치 신난 아이처럼요 ㅎㅎ

저도 나중에 알게 됐는데요. 마포대교는 신호체계상 차가 안 오는 시점이 있고 도로가 넓어서 잠깐 차를 세우는건 다른 차들에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신호가 바뀌는 걸 확인한 기사님이 잠깐 비상등을 켠 덕분에 승객들은 버스에서 편하게 무지개를 담을 몇 초의 여유를 선물 받았습니다. 저희가 그날 찍은 사진은 각자의 메신저와 SNS를 통해 전달돼 또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했겠죠?​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느라 기사님과 소통할 일이 더욱 줄었었는데 승객들의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신 기사님에게 감사인사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 지면을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160번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웹툰=이유민 인턴기자, 원작=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