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독대 오찬 회동을 한다. 대선 이후 일주일 만에 이뤄지는 회동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는 오찬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정권 이양 문제,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 추가 편성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16일 낮 12시 청와대에서 윤 당선인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오찬은 배석자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두 분이 독대를 통해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찬 장소는 상춘재로 정해졌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 왔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사면을) 건의하는 것이고, 수용하는 것은 문 대통령께서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어 “문 대통령께서 부담을 가지고 하시라는 것”이라며 “사면권은 대통령이 보유한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 임기 내 사면을 공론화하는 것은 국민통합 정부 의지를 밝히고, 집권 초 사면권 행사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이 사면을 언급하면 추후 논의를 통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며, 역대 대통령이 당선인의 요구로 사면을 단행한 전례도 있다”며 “당선인에 대한 예우와 임기 말 국민 통합 차원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면이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 임기 종료 직전인 5월 초가 유력하다.
반면 원칙주의자인 문 대통령이 개인 비리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내부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관련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 피해 구제를 위한 추경 추가 편성도 건의할 계획이다.
장 실장은 “자영업자에게 확실하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저희들이 (추경)안을 짜면, 대통령께서 적극적으로 정부 입장에서 해 달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이끄는 인수위 내 코로나비상대응특위는 조만간 추경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전까지 해당 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에게 협조를 당부할 전망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북 안보 전략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방역지침 완화, 정권 교체기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의 ‘집권 시 문재인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관한 대화는 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만남이라는 의미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