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주지 않는다며 잠자던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아들이 15일 법정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39)의 변호인은 이날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진행된 첫 재판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해자를 때린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 중 자고 있던 피해자가 잠에서 깬 뒤에도 누워있자 격분해 때려서 살해했다는 부분도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최초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어머니가 자고 있을 때 숨을 헐떡이고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사망과 폭행 사이의 인과관계도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선 A씨는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비교적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오래 주무시는 줄 알고 깨웠는데 안 일어나서 화가 나 우발적으로 때렸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A씨를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보완 수사를 한 검찰은 범행 당시 미필적으로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며 그의 죄명을 존속살해로 바꿔 재판에 넘겼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을 때 인정된다.
A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9시쯤 인천시 서구 가정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 B씨를 주먹과 효자손 등으로 30분 동안 심하게 때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어머니 B씨는 평소 고관절 질환을 앓고 있던 A씨를 돌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다음날 오후 2시56분쯤 “엄마가 많이 다쳐서 병원에 가야 한다”며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손과 발에 혈흔이 묻어있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어머니를 상습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해 4월 A씨는 어머니를 송곳으로 찔렀다가 특수존속상해 혐의로, 같은 해 10월에는 존속폭행과 존속상해 혐의로 각각 입건된 바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