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했다” 수천만원 뜯어낸 일당 무더기 검거

입력 2022-03-15 15:14
자전거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있는 모습. 대전경찰청 제공

공범 여성과 성관계를 갖도록 한 뒤 남성을 협박하거나, 음주운전·허위 교통사고 등을 유도해 돈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공갈 및 사기 혐의로 정모(26)씨 등 8명을 구속하고 사건에 연루된 99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16년 7월 7일부터 지난해 7월 8일까지 40명으로부터 6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친구와 선·후배로 구성된 이들 일당은 지인, 혹은 랜덤채팅 어플 등에서 물색한 남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처음으로 확인된 범행은 택시승객으로 위장해 합의금을 타내는 수법이었다. 목적지를 얘기한 뒤 좁은 골목으로 택시를 유인하면 자전거를 탄 공범이 차량을 들이받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50여만원을 뜯어낸 이들은 점점 대담해졌다. 지인을 중심으로 이른바 ‘꽃뱀’을 섭외하거나, 돈을 갈취하는 실행 조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고도화했다.

이들은 유흥가에서 발견한 음주운전 차량을 따라가 협박하거나 랜덤채팅으로 피해자를 물색, 공범 여성과 성관계를 시키고는 강간범으로 몰며 돈을 요구했다.

교통사고는 합의금 명목으로 500만~1000만원을, 성관계 관련 피해자에게는 1000만~4000만원까지 뜯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에 가담한 여성 중에는 정씨의 여자친구도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성관계 관련 피해자 1명의 경우 실제 성폭행으로 신고된 사례도 있었는데, 이들 일당의 범행이 드러난 이후 성폭행 피의자에서 무고죄 피해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협박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금융계좌 수사, 통신 수사,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범행의 전모를 밝혀냈다.

또 범죄수익금 1억여원을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반환하고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심리상담 치료도 연계했다.

대전동부서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성관계 및 음주운전을 유도해 약점을 잡고 공갈한 범죄가 확인됐다”며 “유사한 피해를 입을 경우 즉시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