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폭행’ 이용구 전 차관 측 “만취해 어딘지도 몰라”

입력 2022-03-15 11:26 수정 2022-03-15 12:39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측이 “만취 상태였다”며 심신 미약을 주장했다. 이 전 차관은 사건 발생 1년4개월 만에 처음 법정에 섰다.

이 전 차관의 변호인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2부(재판장 조승우)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차량이 운행 중이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만취 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극히 미약한 상태였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변호인은 앞서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이같이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다만 “조사 중 (택시기사가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자발적 동기에 의해 삭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차관 측은 “삭제를 요청한 동영상은 피고인 자신에 대한 동영상”이라며 “이미 (택시기사와) 합의가 끝난 후 소극적으로 부탁한 것에 불과한데 방어권 행사 범위 안에 있는 것은 아닌지 법리적 판단도 구한다”고 했다.

이어 “이 전 차관은 동영상을 이미 경찰이 확보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언론이나 정치공세에 시달릴까봐 우려해 (삭제를) 부탁한 것이다. 증거인멸 고의가 있었는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 공판에 첫 출석한 이 전 차관은 ‘심경이 어떠냐’ ‘심신미약을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섰다. 이 전 차관이 법원에 출석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기사 A씨의 멱살을 잡고 밀친 혐의를 받고 있다. 택시기사 A씨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앞서 이 전 차관에 대해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했다. 하지만 2020년 12월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재조명됐고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해 9월 이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초경찰서 B경사도 폭행 동영상을 확인하고서도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한 혐의(특수직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B경사는 폭행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허위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결재를 올린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도 받는다.

B경사는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B경사 측은 “보고서 작성 이후에 동영상이 확인돼 법리적으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