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미국에 보낼 특사에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2003년 노무현 당시 인수위 이후 역대 대통령 당선인은 정식 취임 전 한반도 주변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 특사단을 보내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하고 정상회담 일정 등을 조율해왔다.
윤석열 당선인이 4강 특사 중 미국 특사를 가장 먼저 확정한 배경에는 한·미 동맹 재건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윤 당선인 측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는 특사를 파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특사에 박진 의원이 사실상 확정됐다”면서 “박 의원의 구체적인 출국 시점은 미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중국과 일본 특사는 신중한 검토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박 의원을 미국 특사로 내정한 배경에는 ‘미국통’ 4선 국회의원 인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독대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의 대미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만 20살에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김영삼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돼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김 전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국회 한국의원외교포럼 회장, 한·미의원외교협의회 부회장, 국제민주연합 부의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외교 현장에서 실력을 드러냈다.
지난해 총선에선 서울 강남을에 공천받아 국회에 재입성했다.
박 의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 차례 독대한 적도 있다.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박 의원은 2008년 7월 국회 한·미 의원 외교협회 단장으로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했을 바이든 대통령(당시 외교위원장)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때 박 의원을 향해 “대통령 선거에 언제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언젠가는 미래에 출마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 등을 두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박 의원 말고는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사람이 우리나라에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박 의원은 특사로 파견돼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역대 미국 특사는 무게감 있는 당선인의 최측근이나 ‘미국통’이 맡아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특사로 보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각각 미국 특사로 파견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 수락 5시간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굳건한 한·미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방문을 제안하자 윤 당선인은 “초청에 감사하다. 조만간 직접 뵙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Quad·중국을 겨냥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집단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5월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때 한국을 방문해 윤 당선인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의 4강 특사가 동시에 파견될지 시차를 두고 파견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 때 ‘반미’라는 비판을 의식해 미국에 먼저 특사단을 보낸 적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중·일·러 4강에 특사를 동시 파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국보다 중국에 특사단을 먼저 파견했다. 중국을 중시하는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당시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시에는 미국 특사와 일본 특사가 같은 날 가장 먼저 파견됐다.
문동성 박세환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