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20대 대선 패배를 수습하기 위한 ‘이재명 등판론’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등판을 요청한 반면 안민석 의원은 “이재명을 당장의 불쏘시개로 쓰지 말아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득표율 0.73% 차이로 패배한 20대 대선 여파에 따른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에 골몰하고 있다. 이 전 지사의 등판론은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전 지사가 비록 패배했지만 투표율이 여당 대선 후보 중 최다였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표 차이도 많이 나지 않은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김두관 “6월 지선, 이재명의 운명”
김 의원을 이를 적극 주장하고 나선 인사다. 그는 지난 11일부터 ‘이재명 비대위원장’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서명운동까지 시작했다. 아울러 새로 비대위원장을 맡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인사라는 지적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의 실적을 바탕으로 대선에서 선전한 이재명은 아래로부터의 개혁, 지방선거의 상징”이라며 “몸과 마음이 피곤하겠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의 운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4일 ‘윤호중 사퇴, 이재명 비대위원장 추대’ 서명운동을 한 결과 서명자가 1만9151명까지 모였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재명 고문은 비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이끄는 것을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절대적으로 비대위원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지방선거와 당 혁신을 이끌 적임자다. 국민과 당원의 간절한 외침을 받아 달라”고 했다.
안민석 “이재명, 불쏘시개로 쓰지 말고…”
안 의원은 정반대 입장이다. 그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대선 패배 후 도올 김용옥 선생을 만났다고 밝히면서 그에게서 “민주당의 귀한 자산이 된 이재명을 당장의 불쏘시개로 쓰지 말고 아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의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이 전 지사의 등판론에 대해 신중론을 고수했다.
아울러 “이제 민주당의 모든 국회의원은 이번 대선 결과를 우리 모두에 대한 총체적 평가라고 겸허히 수용하고 다 함께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라며 “정신 바짝 차리고 문재인정부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조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시 체제의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윤 원내대표에게는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미래 정치를 위한 또 하나의 기회가 아닌, 희생과 헌신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며 “자신의 진정성을 어떤 형식으로든 보여줘야 하며, 그럴 때 당은 비대위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