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미 당국이 파악했다. 미국은 이 같은 정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유럽 동맹과 아시아 몇몇 국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에게 “러시아를 계속 지원할 경우 세계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간) 미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의 대러 지원 의향 정보에 대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당 정보는 외교 전문으로 보내지고, 정보 당국자들에 의해 직접 전달됐다”며 “중국이 이런 계획을 부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정보에는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나 시기가 담기지는 않았다”며 비교적 최근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당국자들은 미국이 대면 브리핑을 통해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동맹과 공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장비와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부인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이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가짜 뉴스를 연이어 유포하는 등 속셈이 매우 사악하다”고 말했다.
FT는 “러시아의 요청과 중국의 대응은 백악관에 경종을 울렸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러시아를 도우려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물질적이든 경제적이든 재정적이든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지원 제공 범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들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양 정치국원과 회동하고 이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전달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으며, 설리번 보좌관은 이러한 우려와 특정 조치의 잠재적 영향 및 결과에 대해 직설적으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편에 서는 것이 교역과 신기술 개발에 영향을 미치고, 2차 제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분명히 하려고 했다”며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러시아를 계속 지원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경고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전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우면 분명히 대가가 있을 것을 중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의 요청과 중국의 반응을 공개한 것은 정보 문제에 대해 훨씬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허위 정보에 대응하려는 미 당국자들의 의도적 전략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중·러 협력 강화를 사전에 약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이전한다면 글로벌 지정학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며 “1950년대 중·소 동맹 시절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신냉전의 첫 대리충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설리번 보좌관과 양 국원 회동에선 북한 문제도 의제로 올랐다. 미 당국자는 “우리는 북한의 최근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며 “설리번 보좌관이 양 정치국원과 이러한 우려뿐만 아니라 지금 필요하다고 믿는 조치들, 중국이 관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일들에 대해서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과 중국이 이 이슈에 대해 협력해온 역사가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류사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한이 긴장 고조 행위가 아닌 다른 길로 가도록 압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더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