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당내에선 당장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전면 반대 목소리와 함께 여가부 명칭 변경 및 확대 개편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조건부 수용까지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가부 폐지는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동시에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다. 향후 윤석열정부와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가부 존재 재확인해야”
민주당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를 갖고 3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민생개혁 법안들과 향후 과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선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겨냥해 “마초적 냄새가 풍긴다”는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여가부 폐지를 시도하고, 인수위원회에 여성 할당을 하지 않겠다고 한 건 국정 운영의 기본을 져버린 형태”라며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차별을 철폐해 국민을 통합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여가부 폐지’ 한 줄 공약을 내세운 것을 언급하며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마초적 냄새가 풍기는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당선인이) 여가부의 존재를 제대로 들여봐야 한다”며 “여가부는 아동, 청소년, 한부모 가정, 양육, 부양 등 가족과 더불어 여성 관련 내용이 포함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며 SNS를 관리한 사람은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수사받는 사람”이라며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메시지를 담당했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실 A비서관의 불법 촬영 혐의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연결 지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인 박지현 공동 비대위원장도 대표적인 여가부 폐지 반대론자다. 대선 때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비판했던 그는 당선 후에도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가부 확대 개편 의견도
반면 여성 관련 정책 기능만 유지된다면 확대 개편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성 정책 부분은 남겨두되, 부처명에서 ‘여성’을 빼고 청소년·가족 업무를 확대하자는 취지의 주장이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양성평등위원회 같은 것을 새로 만든다면 여가부 폐지는 수용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 정도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부처 이름이나 이런 것들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 폐지 입장도 여가부 기능이나 역할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도 여가부가 지금의 기능대로는 안 된다는 것에 공감해 다른 이름으로 개편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당선인에게 석패한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7월 “차별 시정을 위해 여가부 확대 재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1월에는 ‘여성’이 들어간 부처명을 개정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장경태 의원도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는 미래를 폐지하자는 것”이라면서도 “여가부를 ‘평등가족청소년부’로 개편해야 한다.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성평등 정책 관점에서 그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적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