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다시 들썩이는 해운 시장

입력 2022-03-14 18:12
HMM 초대형선. HMM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해상 물류 시장이 또 한 번 들썩이고 있다. 이번엔 러시아산 천연가스, 석탄, 곡물 등 원자재 배제로 인한 여파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컨테이너선 운임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크선(곡물, 광석, 석탄 등을 나르는 화물선) 운임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1일 기준 2718포인트를 기록했다. 정확히 한 달 전(1977포인트)보다 37.5% 오른 수치다. 지난 1월 말 1300포인트 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새 배가량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론 꾸준히 오름세다.

이는 국제사회가 대(對) 러시아 제재를 이행하면서 에너지와 곡물 등을 다른 국가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천연가스, 원유, 석탄 등)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와 원유 대신 사용할 석탄을 미국, 콜롬비아, 호주 등에서 수급해오려는 수요가 늘어난 게 주요인이다. 대서양에서 운항하던 벌크선들이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움직이면서 운항 거리가 대폭 늘었고, 이에 따라 선박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다. EU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27%, 석탄의 46%를 수입해왔다.

곡물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적 곡창지대인 탓에 곡물 공급망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해졌다. 두 국가로부터의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EU는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등에서 곡물을 수입해 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단기적으로 벌크선 운임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운임이 비싸지면 곡물, 에너지 등 원자재의 가격도 함께 오른다는 점이다. 지난해 컨테이너선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 입장에선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긴 셈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지난 1월 중순부터 오름세가 꺾이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 11일 4600포인트 선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난해 이맘때의 배에 달한다.

그런데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러시아 극동 노선의 운항 중단을 선언한 만큼 컨테이너선 운임도 추세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독일의 하팍로이드와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등 유럽에 기반을 둔 대형 선사들이 물동량 감소와 러시아 제재 동참 등을 이유로 극동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이날 HMM도 러시아 보스토치니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노선의 예약을 잠정 중단했다. 이로써 HMM이 서비스를 제공하던 극동 노선 3개는 모두 예약을 멈췄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쟁이라는 이슈는 운송시장에서 할증료를 부과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운임이 하락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며 “선박들이 마음 놓고 돌아다니지 못하면 얼마나 무섭게 운임이 상승하는지 코로나19로 인한 2년 동안 질리도록 경험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