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대신 날 죽여요” 러 폭격 후 우크라 산모 외쳤지만…

입력 2022-03-14 17:48 수정 2022-03-14 17:54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지난 9일 러시아의 병원 폭격 후 임산부를 구조하고 있다. 이 임산부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출산 과정에서 산모와 아기 모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 폭격에서 구조된 임산부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지만 산모와 아기 모두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마리우폴 병원 포격 이후 잔해 더미 사이에서 구조된 여성이 출산 과정에서 숨졌다. 아기도 사망한 채 태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임산부는 폭격에서 구조된 후 출산을 위해 다른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그녀는 자신의 아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기 대신) 날 지금 죽여라”고 의료진에게 외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 티무르 마린은 여성의 골반이 으스러지는 등 심각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이를 꺼냈지만 아기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후 의료진은 30분 가량 산모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산모도 사망했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의료진은 남편과 아버지가 시신을 수습하러 오기까지 그녀의 이름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산부인과 폭격 후 병원을 탈출하는 사진이 보도된 것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공습 후 병원 의료진은 소리를 지르고, 임산부들은 병원을 탈출했으며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고 AP통신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폭격 이후 아이를 출산한 우크라이나 산모 마리아나 비셰기르스카야는 “우리들이 병동에 누워있을 때 포격으로 병원 창문과 벽이 떨어져 나갔다”고 증언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