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인간은 일용할 양식인 ‘빵’이 있어야 산다. 하지만 장미도 있어야 한다. 장미는 인간의 품위, 즉 공동체에서 의미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3%, 노인 고용률은 34.1%에 달하는데, 노후에도 일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10년 이상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노인 다수는 장미는 물론이고 빵도 얻기 힘든 상황 속에 ‘No人’, 즉 사람도 아닌 사회에 짐스러운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사단법인 마중물을 중심으로 시민교육에 힘써온 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유범상 교수와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유해숙 원장이 공동으로 집필한 ‘선배시민-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마북출판사)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선배시민은 시민의 권리로서 빵을 요구하고 시민권 실천을 통해 권리로 빵을 얻어 노후에도 보통 사람으로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시민권이 실현된 사회에서는 누구나 보통 사람으로 품위있게 살 수 있다. 빵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노인은 각자의 개성과 고유성을 드러내고, 더 나은 자신과 공동체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한다. 이처럼 선배시민론은 노인이 권리로 빵을 얻어 노후에도 보통 사람으로 살면서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장미를 가진 존재가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15~16쪽 중에서).
이 책은 노인을 시민권의 관점에서 빵과 장미를 얻는 방법과 사례에 대해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 노인이 처한 현실을 타개할 실마리를 ‘노인도 시민’이라는, 당연하지만 간과되어온 명제에서 찾는다. 저자 유범상·유해숙은 “이 책에서 말하는 선배시민은 시민이자 선배인 존재, 즉 ‘시민권이 당연한 권리임을 자각하고, 이를 누리며 공동체에 참여해 자신은 물론 후배시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배시민론은 노인이 시민이자, 선배이고 인간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즉 자신을 시민권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자기목소리로 동료노인들과 후배들을 위해 공동체 일에 참여하는 철학, 실천방법 그리고 사례를 제시한다.
남매이기도 한 저자 두사람은 이 책 출간을 계기로 ‘선배시민학회’ 창립을 동료들과 준비 중이다. 이 책은 선배시민 라이브러리의 첫 번째 책으로 곧 이어 선배시민론의 실천이론과 방향을 담은 두 번째 책, 선배시민의 실천현장을 생애사 방법으로 다룬 세 번째 책 등이 출간될 예정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