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인들이 지금 강도 만난 이웃입니다” 조영연 선교사

입력 2022-03-14 16:30 수정 2022-03-14 17:08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대피한 모습. 조영연 선교사 제공 동영상 캡처

러시아 침공 소식에 한국으로 잠시 나왔던 우크라이나 선교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지난달 말 입국했던 조영연(50) 선교사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 도저히 마음 편히 한국에 있을 수가 없다”며 “다음주 21일 나 혼자 먼저 헝가리로 들어가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 피란민들을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선교사는 무국적 고려인들의 애환을 다룬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2006년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5년만 더 있자’고 한 게 15년을 훌쩍 넘겼다. 키이우에서 주중에는 우크라이나 청소년 120여명을 대상으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주말에는 성도 20여명과 매주 예배를 드렸다. 그는 “아무리 쓸고 닦아도 바퀴벌레가 나오는 낡고 오래된 교회였지만 지금 이 순간 그곳이 가장 그립다”고 했다.

러시아 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인 도시. 조영연 선교사 제공 동영상 캡처

그는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왔다. 조 선교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은 미사일 대 화염병 수준이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략이고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조 선교사가 보여준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러시아 탱크를 몸으로 저지하는 영상도 있었다. 그는 “남편을 따라 마리우폴로 간 자매는 9일째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 군에 포위된 상태다.

조 선교사 역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는 “안전한 한국에 와서 인천 한 숙소에서 아내, 딸과 같이 지내는데도 잠 들 때마다 뭔가 무섭다. 내가 탄 차가 도시고속도로 고가를 따라 돌 때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섬뜩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트라우마인지도 도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그는 온갖 폭격으로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다시 짐을 싸고 있다. 조 선교사는 “현지에 필요한 약품과 생활 필수품 등을 준비해서 현장에 갈 것”이라고 했다.

조영연 선교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진현

그는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를 떠나려고 했다. “작은 딸이 많이 아팠고 아내 정선희(47) 선교사는 병중에 내 바짓단을 잡고 한국 가게 해 달라며 운 적도 있었다. 가족들 때문에 다 접고 돌아오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예기치 않은 손길에 힘입어 나았고 아내나 딸들이 ‘가긴 어딜 가냐. 여기가 우리집’이라며 다 우크라이나에 남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조 선교사는 하나님이 그를 우크라이나로 부르셨다고 믿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만난 청년들은 내게 가족이고 우리는 그들의 가족이다. 그들과의 삶을 이어가는 게 하나님 뜻인 것 같다. 우크라이나는 내게 제2의 고향”이라고 했다. 조 선교사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 속에서 주님의 소망을 붙잡길 기도하고 싶다. 이 사태 끝에 우크라이나에 영적인 봄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피한 우크라이나 시민이 아기를 안고 잠든 모습. 조영연 선교사 제공 동영상 캡처

그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길 바랐다.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우크라이나 사태를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이들을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고 한참 통곡했다. 하나님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라고 하셨다. 앞선 미얀마 사태, 아프가니스탄 내전도 그렇다. 우리가 이웃의 아픔에 대해 진실하게 기도하고 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