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라이프 버스’ ‘피란민 편의점’, 우크라이나 돕는 현지 교회들

입력 2022-03-14 16:15
헝가리 OM 선교회가 운영하는 구호 버스 '버스4라이프'가 빗 속을 달리는 모습. 홈페이지 캡쳐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피란 행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발표를 보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165만명) 헝가리(24만명) 슬로바키아(19만명) 등 3개국에만 2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온 걸 알 수 있습니다.

피란민을 돕기 위해 현지 교회들이 나섰습니다.

중부·동부 유럽은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인이 많지만, 개신교인 수도 상당하고 역사도 오래됐습니다. 헝가리개혁교회만 해도 500여년 역사를 자랑합니다. 피란민을 돕기 위해 나선 이 유럽의 교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액트 얼라이언스’와 ‘헝가리 인터처치 에이드(HIA)’가 지난달 27일 헝가리 동부 국경 도시 베레그수라니에 세운 피란민 지원 센터 모습. 액트 얼라이언스 제공

세계적 규모의 기독교 구호 단체인 ‘액트 얼라이언스’는 ‘헝가리 인터처치 에이드(HIA)’와 함께 지난달 27일 헝가리 동부 국경 도시 베레그수라니에 24시간 문을 여는 피란민 지원 센터를 열었습니다.

개전 나흘 만에 이 같은 시설을 마련한 건 그만큼 현지 사정에 밝았기 때문입니다. HIA는 센터 주변으로 텐트와 이동식 화장실도 설치하며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센터를 운영하면서 피란민들에게는 따뜻한 차와 샌드위치, 담요와 위생용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헝가리에서 임시 숙소를 구하는 방법도 안내한다고 합니다. 난민을 위한 빵은 헝가리의 밀가루와 인근 국가인 세르비아의 제빵 기술이 합쳐져 만든다고 합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의 특성을 잘 살려 ‘국가 간 협동 구호’를 하는 셈이죠.

헝가리 OM 선교회는 기존의 ‘버스4라이프’ 사역을 피란민 구호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OM 선교회는 그동안 대형 버스를 이용해 국경 지역을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는 ‘버스4라이프’ 사역을 해 왔습니다. 이번 전쟁 직후 이 버스가 피란민을 만나기 위해 국경을 누빈다고 합니다.

헝가리 OM 선교회의 한 회원은 최근 SNS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난 이들을 돕기 위해 버스4라이프 사역에 사용하던 버스를 끌고 국경으로 간다”며 피란민 지원 사역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유대인 인도주의 단체인 국제기독교유대인연합도 몰도바에서 난민 지원에 나섰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유대인들의 모임인 단체는 난민 지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적의 유대인 난민들이 원하면 이스라엘로 호송할 준비도 한다고 합니다.

유럽 대륙의 40%는 우랄산맥 왼쪽에 있는 러시아 주요 도시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대륙의 면적은 캐나다나 중국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좁은 곳에 40여 개국이 복잡한 국경선을 맞댄 채 살고 있죠. 역사적으로 유럽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났던 이유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인들에게는 살고 죽는 문제처럼 크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1·2차 세계 대전이 모두 동부 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시작됐기 때문이죠.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피란민 지원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이런 역사에서 얻은 교훈 때문은 아닐까요.

무엇보다 유럽을 잘 아는 현지 교회들이 피란민 지원에 나선 것도 눈길을 끕니다.

한국 교회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나섰습니다. 멀리 떨어진 나라에 살면서 피란민을 지원할 때 이미 유럽에서 피란민을 돕고 있는 여러 단체와 협력하면 더욱 큰 결실을 볼 것 같습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교회들의 협력이 결국 유럽과 세계 평화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