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공격 범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경계 근처까지 확장되면서 서방과의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전 18일째인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에 30발 이상의 대규모 포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35명이 숨지고 13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공습을 받은 국제평화안보센터(IPSC)는 폴란드 국경으로부터 불과 24㎞ 떨어져 있으며 불과 한 달 전까지도 미군과 나토군이 이용한 합동 훈련 시설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이들이 철수한 이후에는 국제 의용군 병력의 훈련 캠프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렉시 레스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연합(EU)과 나토 국경 인근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테러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공습으로 180명의 용병이 사망하고 대규모 외국 무기들이 제거됐다”며 이곳을 ‘용병 캠프’라고 규정했다. 앞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보급로와 외국인 용병을 겨냥한 공격이 곧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주로 동·남·북부에 집중됐던 러시아군의 공격이 나토 문턱까지 당도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서방의 무기가 유입되는 우크라이나의 서쪽 경계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크렘린궁은 IPSC에서 훈련 중인 병력이 미군이든 자원병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나토 회원국 국경과 이토록 가까운 곳을 공격하는 행위는 나토가 원치 않더라도 전쟁에 휘말리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토 영토의 1인치까지 지킬 것”이라며 “러시아가 실수로라도 나토 영토를 넘어선 공격을 할 경우 연합군의 전면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동부 유럽의 나토 회원국의 방위력이 강화됐고,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고전하는 터라 나토 회원국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은 작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전쟁은 참혹함을 더해가고 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 전범들이 포파스나시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다”며 “파괴적이고 추악한 군”이라고 밝혔다. 백린탄은 가연성이 매우 강한 백린 파편을 타격 지점 주변에 광범위하게 뿌리는 화학 무기로, 파편이 인체에 닿으면 불길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피부를 타들어 가면서 극심한 고통을 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제네바 협약에 따라 살상용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미 러시아군은 오폭 위험이 높은 ‘멍텅구리 폭탄(dumb bomb)’과 인체 내부 장기를 망가뜨리는 진공폭탄을 사용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간인 피해를 키워왔다.
다만 양국은 전면전이 벌어지는 중에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회담은 오는 14일 화상 형식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우리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이고 러시아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협상에서 건설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일 내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