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일 같지 않은 대만, 군 복무 연장 검토

입력 2022-03-14 14:35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2일 수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우크라이나 응원 구호를 새긴 마스크를 착용하고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무력시위에 위협을 느낀 대만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현행 4개월의 군 복무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만 일간 중국시보는 14일 “차이 총통이 군사훈련역의 기간 연장안을 검토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대만은 1951년부터 시행해온 징병제를 2018년 12월부터 모병제로 전환했다. 다만 징병제를 군사훈련 형태로 시행해 병력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1994년 이후 출생자부터 국방의 의무는 4개월의 군사훈련으로 대체되고 있다. 군사훈련역은 대만에서 현재 징병제를 축소한 형태의 군 복무 체제다.

차이 총통의 지시는 최근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지정학적 위험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만은 지난해부터 중국의 해상·항공 무력시위에 시달려왔다. 중국은 지난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전투기, 대잠기, 전자교란기, 기술정찰기를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파견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에서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이란 대만과 통일을 뜻한다. 한때 훈풍이 불었던 양안관계는 급격히 냉각돼 군사적 대치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65일 중 239일간 대만 ADIZ에 총 961대의 군용기를 투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계기로 대만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국민 여론은 더 고조됐다. 대만 안에서 군 복무기간 연장에 대한 찬성 의견도 늘어났다. 대만 TVBS 방송은 최근 군 복무기간 연장을 주제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152명 중 78%가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는 차이 총통의 지시에 따라 징병 기간을 연장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논의에 들어갔다. 장둔한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지만 “훈련 임무 역량과 대만군의 비대칭 작전 강화라는 전비태세에 부합해 현대전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군 복무기간 연장 쪽에 무게를 실은 의견을 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