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남은 성도들 생각하면 눈물이…”

입력 2022-03-14 14:30
지난달 7일 서울 영등포구 웨슬리선교관에서 만난 김종홍 선교사와 그의 딸인 라은양, 아내인 윤민정 사모(오른쪽부터). 김 선교사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했지만 전쟁이 진짜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 제공

김종홍(48) 선교사와 그의 아내 윤민정(46) 사모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우크라이나에서 복음을 전했던 두 사람은 전쟁을 피해 지난달 21일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생사에 갈림길에 서 있는 현지 성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웨슬리선교관(관장 이상윤 목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시간으로 새벽인) 매일 낮 1시30분이면 줌을 통해 현지인들과 온라인으로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현지에 남은 성도들과 재회했으면 한다”고 거듭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떠난 뒤 한동안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더군요. 그동안 쌓았던 모든 게 무너진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현지에 남은 고려인 성도들이 오히려 저희를 걱정하더라고요. 성도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김 선교사)

“우리 가족만 한국으로 피신을 해야 했을 땐 죄를 짓는 기분이었어요. 뉴스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정말 무섭더군요. 어르신들한테 당분간 건강만 챙기라고, 우리는 곧 돌아올 거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요.”(윤 사모)

200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선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던 김 선교사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 선교지를 옮겼다. 그가 아내와 함께 둥지를 튼 지역은 남부의 항구도시인 오데사. 부부는 이곳에 ‘아둘람 사랑의교회’를 세우고 주로 고려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했다. 김 선교사는 “이전 선교지인 우즈벡은 선교사를 추방하는 일이 빈번한 ‘닫힌 나라’여서 사역을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크라이나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즈벡에서 러시아어를 단련한 덕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기뻤다. 우크라이나는 우리 가족에게 천국 같은 곳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부부는 지난달 13일 주일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나눴다. 가방 2개만 챙겨서 국경을 넘어 몰도바로 갔다가 터키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윤 사모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몰리는 국가 가운데 몰도바의 경우 난민 시설이 열악하고 지원도 미미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몰도바로 향한 난민들은 먹을 것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라며 “몰도바로 간 난민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부부는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길 기다리고 있었다. 김 선교사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계속 기도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